억수로 퍼붓던 빗줄기가 잠시 가늘어진 덕분에
오늘 저녁 부부동반으로 남편 동창 모임에 다녀오는 길이
편안했습니다.
전철을 타고 오며 남편이 싱글벙글~ 웃음을 거두지 못합니다.
걸어오는 길
저 앞에 청춘 남녀가 어깨를 감싸안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더니
남편이 제 어깨에 슬그머니 손을 올려놓습니다.
"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지이~? ^^ "
그 손길을 마다하지 않고 저도 웃어주었습니다.
참... 편안합니다.
이십 년 넘도록 일 년에 서너 번 다녀오는 모임길이지만
오늘처럼 흔쾌한 기억은 별로 없네요.
비가 그쳐서 ?
아니요~ 그럴리가요~ ^^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 부부는 나란히 걷는 것 조차 지겨워 했는걸요.
저녁마다 얼굴 마주치기도 싫어서
어떻게 하면 혼자 살아볼꺼나~~? 하는 것이
저의 일상적인 고민이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며 남편도 힘들어했지요.
그런데
어느날 문득. 제가 달라졌더군요.
떼부자가 된 것도 아닌데.
남편이 더 잘해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제 맘이 편해졌습니다.
잘 살아보려 노력할 때는 그리도 안 되더니...
남편 보기를 부처님 보듯 하자!
나처럼 성질 더러운(?) 여자랑 살아주니 얼마나 힘들까? 고마워해야 한다!
범사에 감사하자! 등 등...
좋다는 말은 다 떠올리고 일기에도 쓰고 그러면서,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불평불만으로부터 자유롭기를
마음공부 제일의 화두로 삼아가면서,
오랜 시간 그토록 애를 써도 늘 실패의 쓴 잔을 마시곤 했었는데...
다생소활을 만나고
호모 헥소미아로 탈바꿈 하고 있는 지금은
노력 하지 않아도,
저절로
뒷 머리가 훤~하게 벗겨질까 걱정하는
배불뚝이 아저씨가 귀여워보이는 겁니다.
크크~
아내가 달라지니 남편도 덩달아 행복하답니다.
하는 일마다 척척- 신기할 정도로 잘 되고
번뇌망상이 다아- 사라진 듯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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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부모님과 가까이 살고 있기 때문에
자주 찾아뵙게 됩니다.
아버지께서 뇌경색이 재발하신 까닭에
일주일에 이틀은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워서 병원에 모시고 갑니다.
울 아버지.
자신의 병은 엄마 탓이라며, 엄마 때문에 생긴 홧병이고 우울증이라며
늘 원망하셨습니다.
울 엄마.
자신의 인생은 무능한 아버지땜에 고난의 연속이었다며 미워하셨습니다.
하루 종일 다투는 일로 시간을 보내는 부모님을 뵐 때마다
저도 우울했습니다.
살아오는 내내 그랬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달라지셨습니다.
평생을 세상을 미워하면서 상대방 탓만 하며 살아오신,
세상 고민은 다 안고 있는 얼굴을 하고 계셨던 아버지가
요즘 늘 웃으십니다.
엄마가 뭐라고 타박을 하셔도 웃습니다.
해맑게, 어린 아이가 되어 싱글벙글입니다.
엄마는 저를 보면 일러바칩니다.
"글쎄 말이다~ 저 양반이 나를 꼼짝도 못하게 하는구나~
내가 화장실만 가도 찾아요~
귀찮아 못살겠다~"
그러는 엄마의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울 아버지.
저랑 같이 병원에 물리치료 받으러 가는 날이면
지갑을 엄마 몰래 저에게 주십니다.
" 여기 있는 돈으로 맛난 거 사먹자~
내가 사줄께~ 나, 돈 많다~"
"아부지~ 딸도 돈 많거든요?
이젠 딸이 사드리는 음식을 드셔야죠~"
"니 돈을 내가 어떻게 쓰냐?
내 돈으로 사 줄 거야~"
우리 부녀.
점심을 먹으면서 음식값을 서로 내겠다고 아웅다웅 합니다.
엄마는 옆에서
" 난 얻어먹기만 할 거야~ 많이 많이 사주기만 해~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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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참.
기가 막힙니다.
어떻게 이런 행복이 저에게 찾아왔을까요?
제가 부모님께 해 드린 일이라곤
아버지 머리 밑에 빛세상 이야기. 참 책을 놓아드린 것과
에너지 수를 만들어 드린 것밖엔 없는데...
그저 가끔
혹은 잠 자기 전에
부모님을 떠올리며 헥소미아를 보내는 의념을 한 것 밖엔 없는데...
아!
그리고 또...
에너지 정리를 받으면서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미움의 감정체를 발견하게 되어
저의 미움과 화해하고
부모님께 용서를 빌기도 했네요.
그저 저 혼자 마음으로 그리 했을 뿐인데...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행복.
제 인생 처음으로 맛보는 거랍니다.
내일이면 오십인데, 드디어 새 세상을 만난 겁니다.
살아야 할 이유.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