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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대한 생각
김영섭  2009-09-11 11:14:12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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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희 회사 디자인팀 사람들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참 착하지만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남자 팀장 A와
성실하지만 많이 감성적이며 가슴에 불을 안고 사는 여자 과장 B가 서로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조정을 하기 위해 회의를 하였습니다.
마치 TV프로그램 부부클리닉의 가상법정 판사같은 모습으로 제가 중간에 앉았습니다.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서로 열심히 변론을 합니다.
들어보니 다 옳은 말입니다.
둘다 열심히 일하고 회사와 업무에 진심이며 성실합니다. 그런데 행동양식이 맞지 않으니 서로가 틀렸다고 말합니다.
논쟁을 하며 감정이 춤을 춥니다. 얼굴이 벌개지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제 귀에는 대화가 잘 안들립니다.
그들은 말로 대화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대의 논리에 대해 답변을 할 때, 같은 단어를 서로가 다른 의미와 늬앙스로 계속 사용합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대화가 논리정연하게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면,

B 과장, "일할 때 조용하게 하는게 집중에 도움이 되잖아요?"
A 팀장, "가끔 대화도 나누고 해야 조용하게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조용'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하지만 다른 단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B는 소리가 나지 않는 '조용'이고, A는 평안한 상태라는 의미의 '조용'이지요.

이런 식으로 계속 대화가 이루어지고, 아닌 척 하지만 그 사이에 감정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으니 상호이해가 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서로 지쳐서 저를 쳐다봅니다. 서로 편들어 달라는 눈빛이 마치 장화신은 고양이 같습니다.
A는 얼굴이 벌겋고 B는 눈물을 글썽거립니다. 괜히 조정회의를 시작했나 싶었습니다.
참 난처했습니다.

그저 각자의 장점에 대해 적당히 칭찬을 한 후, '함께 일하는 사이인데 서로 조금만 다정다감하면 될텐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불편하더라도 억지로라도 하루에 십분, 일 이야기 하지 않는 팀 티타임을 가지는게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하였습니다.
 

말로 하는 소통은 진실한 현상을 10%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그 내용이 상대를 비판하는 내용이라면 1%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사랑을 위해, 정의를 위해, 조직을 위해 하는 말이라도 말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말을 안하면 소통하기가 너무 힘드니 하기는 해야 할 것 같고.... 참 힘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만약, 대화를 할때 상대방의 말 이면에 90%의 정보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무진 노력하겠죠.

'저 사람이 왜 저런 이야기를 할까?'
'저 사람이 지금은 어떤 감정상태일까?'
'저 사람의 요즘 컨디션이 안 좋은가보다.'
'저 사람은 어떤 위로를 받으려고 하나?' 등등

한번은 제가 평소 많이 신뢰하는 사람이 저에 대해서 상당히 안좋은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참을 마음 상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말과 관련한 상황보다는 그 사람과 엮어온 시간들이 훨씬 더 길고 신뢰할만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사람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 말 이면에는 엄청 많은 정보가 있었습니다.

실재 비판받을 만한 저의 행위,
저에 대한 그의 안타까움,
사적인 관계보다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그의 뜻,
제가 눈 앞에 없으니 쉽게 나온 대화의 태도,
그리고 말을 전달하는 사람의 뉘앙스,
...

마음이 상해서 그사람과 관계를 정리해버렸다면 제가 10%짜리 말에게 당한 것이 되었겠죠.
 
제가 워낙 말을 많이 하고 살아서 말에 대해서 별별 생각이 다 납니다.
실수도 많고 해서 별별 말로 인한 상처를 받곤 합니다.
 
그래서 생긴 저의 노하우는 '말은 별로 신경쓰지 말자. 그 사람을 보자.'입니다.
 

 
※ 글을 다른 곳에 올리실 때에는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수정   09-09-11 11:48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말이 어떤 상황을 100% 알려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한 말이 나돌때...
혹은 사람에 대한 얘기가 돌때...
자기의 상황을 설명하려고 할때...

그저 말하고 있는 사람의
도드라져 있는  에너지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섞여 분출되어 상대방에게 전달 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만으로 진실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민팽운형   09-09-11 13:38
박치기가 효과가 있을텐데...
나우비장정윤   09-09-11 13:55
나의 말을 알아듣는 유일한 사람 ㅋㅋ

산바람님 덕분에 무사히 다생소활에 안착할수 있었지롱~

사랑하구요, 고맙습니다.
환지윤치정   09-09-11 14:24
말은 듣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라고....

아직 갈 길이 멉니다..._()_
권은주   09-09-11 15:42
좋은 글입니다
맞아요
말보다 그 사람을 보게 되면 말이 달라지죠......
감사해요 아름다운 생각 같이 나눌수 잇어서요
아하박권규   09-09-11 15:43
공감 만땅!
말이 소통의 일차적인 수단이지만
완벽한 도구가 못되기 때문에...
더구나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쓰고 있다면,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것을 서로 모르고 있다면
소통은 대략 난망.
그럼에도 소통하겠다고 노력하면 눈물 겨운 상황이 연출되죠.
'저 사람은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하는 식으로...
주변에서 자주 보는 현상이죠.
영섭님 글에서 표현된 것처럼...

빛세상은 말이 아닌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는데
준비된 존재만이 그런 존재양태를 누릴 수 있겠죠.
한편으로 무섭고 한편으로 기다려지고
나의 준비상태는
대략 난감.....

재밋는 글 잘 읽었습니다.
김윤혜소명   09-09-11 20:45
누군가 던지는 말 한마디로
단번에 그를 규정짓는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을
가끔 봅니다. 그리곤 바꾸지 않는...
답답하지요.

전체를 보려고 준비된 눈빛...  그런 눈빛을 만날 때..
포근합니다...^^

영섭님, 방가~~
     
김영섭   09-09-13 03:50
윤혜님도 방가~~ ^^
서선희   09-09-13 08:19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씨앗백선희   09-10-19 18:01
영섭님의 글을 다시 한번 보면서 많은 공감을 합니다.
말이라는 게 참 조심스럽고, 때로는 무섭더라구요.

요즘 다시한번 실감하는 중입니다..^^;
이문성민암   09-10-28 07:22
너무 멋지게 관계를 정리하여 산뜻합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한방향 정렬이 되어

긍정에너지가 넘쳐 흐를둣 합니다.

개성과 다양성이 춤추는 요즈음, 차이를 인정한 풍부한 하나를 늘 지향합니다.

한쪽을 고집하면 여기서 부터 ,첫단추부터 엉클어 지지 않나 생각됩니다.

넘 내용이 좋아 감동받아 늦게나마 댓글 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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