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희 회사 디자인팀 사람들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참 착하지만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남자 팀장 A와
성실하지만 많이 감성적이며 가슴에 불을 안고 사는 여자 과장 B가 서로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조정을 하기 위해 회의를 하였습니다.
마치 TV프로그램 부부클리닉의 가상법정 판사같은 모습으로 제가 중간에 앉았습니다.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서로 열심히 변론을 합니다.
들어보니 다 옳은 말입니다.
둘다 열심히 일하고 회사와 업무에 진심이며 성실합니다. 그런데 행동양식이 맞지 않으니 서로가 틀렸다고 말합니다.
논쟁을 하며 감정이 춤을 춥니다. 얼굴이 벌개지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제 귀에는 대화가 잘 안들립니다.
그들은 말로 대화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대의 논리에 대해 답변을 할 때, 같은 단어를 서로가 다른 의미와 늬앙스로 계속 사용합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대화가 논리정연하게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면,
B 과장, "일할 때 조용하게 하는게 집중에 도움이 되잖아요?"
A 팀장, "가끔 대화도 나누고 해야 조용하게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조용'이라는 단어를 함께 사용하지만 다른 단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B는 소리가 나지 않는 '조용'이고, A는 평안한 상태라는 의미의 '조용'이지요.
이런 식으로 계속 대화가 이루어지고, 아닌 척 하지만 그 사이에 감정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으니 상호이해가 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서로 지쳐서 저를 쳐다봅니다. 서로 편들어 달라는 눈빛이 마치 장화신은 고양이 같습니다.
A는 얼굴이 벌겋고 B는 눈물을 글썽거립니다. 괜히 조정회의를 시작했나 싶었습니다.
참 난처했습니다.
그저 각자의 장점에 대해 적당히 칭찬을 한 후, '함께 일하는 사이인데 서로 조금만 다정다감하면 될텐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불편하더라도 억지로라도 하루에 십분, 일 이야기 하지 않는 팀 티타임을 가지는게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하였습니다.
말로 하는 소통은 진실한 현상을 10%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그 내용이 상대를 비판하는 내용이라면 1%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사랑을 위해, 정의를 위해, 조직을 위해 하는 말이라도 말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말을 안하면 소통하기가 너무 힘드니 하기는 해야 할 것 같고.... 참 힘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만약, 대화를 할때 상대방의 말 이면에 90%의 정보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무진 노력하겠죠.
'저 사람이 왜 저런 이야기를 할까?'
'저 사람이 지금은 어떤 감정상태일까?'
'저 사람의 요즘 컨디션이 안 좋은가보다.'
'저 사람은 어떤 위로를 받으려고 하나?' 등등
한번은 제가 평소 많이 신뢰하는 사람이 저에 대해서 상당히 안좋은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참을 마음 상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말과 관련한 상황보다는 그 사람과 엮어온 시간들이 훨씬 더 길고 신뢰할만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사람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 말 이면에는 엄청 많은 정보가 있었습니다.
실재 비판받을 만한 저의 행위,
저에 대한 그의 안타까움,
사적인 관계보다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그의 뜻,
제가 눈 앞에 없으니 쉽게 나온 대화의 태도,
그리고 말을 전달하는 사람의 뉘앙스,
...
마음이 상해서 그사람과 관계를 정리해버렸다면 제가 10%짜리 말에게 당한 것이 되었겠죠.
제가 워낙 말을 많이 하고 살아서 말에 대해서 별별 생각이 다 납니다.
실수도 많고 해서 별별 말로 인한 상처를 받곤 합니다.
그래서 생긴 저의 노하우는 '말은 별로 신경쓰지 말자. 그 사람을 보자.'입니다.